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획]미 과학계 선도하는 한인과학자④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 식약청(FDA)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안해영 부국장(Deputy Director)은 신약을 심사하고 승인하는 과학자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평균 26억 달러의 투자비와 1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긴 시간과 거대자금이 들어간 신약이라도 FDA가 거절하면 세상에 나올 수 없다. 신약이 잘못 승인되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박사를 비롯한 FDA 심사관들은 심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안 부국장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효능은 높지만 쇼크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며 “쇼크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살아있는 생물의 유효물질을 이용해 제조하는 바이오의약품과 피부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소화기내과 약 등을 심사하고 있다. 안 박사는 “생물의 효소나 대장균에서 추출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은 보통 약에 비해 분자구조가 1만배 이상 복잡하다”며 “몸 속에 들어가 타겟에 집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가 큰 장점이 있지만, 우리 몸이 약을 이물질로 인식해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고, 쇼크를 부를 수 있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은 최근 셀트리온, 삼성 등 한국의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뛰어들면서 주목받았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안 박사는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은 미미한 편”이라며 “노력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서류업무가 많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약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3년 도미 웨스트버지니아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미시간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안 박사는 “서울대 석사과정 때 친구들이 유학 떠나는 것을 보며 유학을 결심했지만, 몸이 허약한 딸 혼자 미국에 보내기 싫어하셨던 부모님이 강하게 반대하셨다”며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미국에 왔는데, 정말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좋은 지도교수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졸업 뒤 교수가 되려고 했지만, “미시간대 교수님이 연구지원비를 받아내려고 매일 돈 걱정을 하며 살아야 하는 교수를 왜 하느냐며 반대하셨다”며 “FDA에 가면 돈 걱정 안하면서 제 연구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1990년 FDA에 들어가 연구개발을 시작한 안 박사는 3년 뒤인 1993년 심사, 승인부서로 옮겼다. 안 박사는 “보스가 제게 ‘FDA에 왔는데 리뷰하는 일을 해야하지 않겠냐’고 추천했다”며 “막상 해보니 리뷰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았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2년 만에 팀리더로 고속승진했고, 리더십 상과 팀 우수상을 여러 번 받았다. 안 박사는 “처음에는 주 7일 출근하고, 밤 12시에 일이 끝난 때도 많았다”며 “너무나 재미있게 일했고, 월요일도 신나게 출근했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과학자에게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며, 차세대들이 어릴 때부터 대인관계와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안 박사는 “고립된 과학은 필요없다”며 “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화학, 동물실험, 의사 등 많은 분야 전문가들이 만나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에게도 인적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한국에서는 가족과 친척, 학교 선후배 등 네트워크가 저절로 형성되지만, 우리 이민자들은 사람을 만나려고 힘써 노력하지 않으면 네트워크가 쌓이지 않고 결핍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또 “꾸준한 영어공부도 중요하다”며 “아직도 개인 영어 과외 지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삶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며, “몸이 약한 것 때문에 더 겸손하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7-10-20

미 과학계 선도하는 한인과학자② 강성웅 존스홉킨스대 조교수

강성웅 존스홉킨스대 조교수(사진)는 전 세계 의학계가 원인 불명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는 파킨슨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파킨슨병은 손이나 팔이 떨리고 행동이 불안정해지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60대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병이 심해져 신체 균형 잡기 어려워지면 환자와 보호자는 심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경험한다. 파킨슨병은 한 가정에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강 박사는 파킨슨병의 핵심 원인에 접근해 문제를 풀고 있다. 그는 “파킨슨병은 뇌의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중뇌에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돼 나타난다”며 “손상되는 이유는 중뇌에 ‘파프(parp)’ 효소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생활이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뇌 속 파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강 박사에 따르면 이 연구로 경쟁하고 있는 곳은 하버드와 MIT 정도이다. 서울대 의대도 관심을 갖고 강 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기도 했다. 강 박사는 파킨슨병 원인을 파악했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세포 분석을 하고 있다”며 “2층 건물 크기의 2만개 CPU를 지닌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연구 성과는 강 박사를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에서 조교수로 승격시켰다. 강 박사는 “세계적 신경학자인 테드 도슨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나온 것”이라며 “하버드와 MIT, 존스홉킨스대에만 있는 대규모 컴퓨터 연구 시스템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살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좌절하지 않고 계속 꿈을 좇아 도전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 94학번이다. 성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오스트리아 비엔나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에는 2011년 합류했다. 강 박사는 “학비가 없었는데, 비엔나 의대는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줬다”며 “나이 많으신 교수님들이 독일어로 강의해서 열심히 독일어를 익혔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한인 차세대들에게 고생을 각오하면 기회가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자리가 잡힌 연구실에서는 백인 연구자를 선호하지만, 새로 개척하는 연구실은 아시안 학생을 선호한다는 말이 있다”며 “아시안 학생들이 개척단계에서의 힘겨운 과정을 잘 이겨내고 빨리 성과를 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인 차세대들이 학교를 정할 때 학교 이름보다 교수를 잘 선택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 박사는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대학이지만, 좋은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많은 사람을 만나 알아보고, 자신의 성향과 연구실 분위기가 맞는지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들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 고급 컴퓨터 기술, 인공지능 활용능력도 키우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머신러닝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급격하게 발전한 분야로,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이다. 강 박사는 “최근 5~6년 사이 머신러닝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요즘 연구는 전통적인 연구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연구로 나눠진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연구실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다며 인턴 등으로 연구실 경험을 꼭 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시작은 재미있지만, 중간 과정은 지루한 연구의 흐름은 인생 흐름과 비슷하다”며 “연구에는 실패하더라도, 시작했으면 끝을 맺는 인내심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7-10-19

미 과학계 선도하는 한인과학자③ 심재근 MD대 종신교수

“멀리 보고 쏘세요, 도전부터 하세요” 심재근 메릴랜드대 ‘키네지올로지학과(Kinesiology)’ 종신교수(사진)는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을 현실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팔이나 다리를 잃은 장애인에게 인공팔과 인공다리를 붙여주고, 중풍으로 쓰러진 노인이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올림픽 선수나 군인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스포츠웨어 회사인 ‘언더아머’와 공동연구도 진행했다. 키네지올로지는 ‘움직임(kinesi)’과 ‘학문(ology)’의 합성어로, 인체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심 교수는 “인간의 움직임은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며 “뇌졸중에 걸리면 몸의 움직임이 제한을 받는데, 움직임이 줄면 건강이 더욱 악화된다”고 말했다. 최근 키네올로지 학자들은 몸뿐만 아니라 뇌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심 교수는 “과거에는 몸에 관한 연구에 그쳤지만, 요즘 세계적인 트렌드는 뇌, 신경과학에 대한 개념이 더해지고 있다”며 “몸이 움직이는 과정을 밝혀낼 때는 뼈와 근육의 변화만 보면 안되고, 대뇌와 소뇌, 척수의 상호관계까지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요즘 인공팔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계팔 연구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뇌 앞쪽에서 신호가 나오면 뇌의 겉부분과 수의근, 불수의근, 척수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몸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키네올로지는 융복합 학문이기 때문에 우리 연구실에는 세포 연구자와 생리학, 생체역학, 사회문화 학자들까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네지올로지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메디컬스쿨이나 로스쿨, 군사 연구소, 스포츠웨어 회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심 교수는 “치과대학원이나 물리치료학 대학원, 스포츠 트레이닝 분야, 나이키, 언더아머 등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학문을 폭넓게 이해하면서 연구, 교육해야 하는 심 교수 또한 여러 분야를 공부했다. 박사과정 때 전공은 신경과학, 부전공은 기계공학을 했다. 석사 전공은 운동과학, 부전공은 컴퓨터과학이다. 학부에서는 체육학을 했다. 1999년에 경희대학교 전체 수석으로 졸업, 경희대가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인디애나 볼스테이트대학에 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은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밟았다. 학생시절 한 번만 빼고 모두 A를 받았다. 심 교수는 “아메리칸 영어는 잘 들렸는데, 액센트가 있는 영어는 어려웠다”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교수 수업에서 B학점을 받았다”며 웃었다. 심 교수는 석·박사 전공 시절, 공부에 몰두하느라 여행을 못 가 부인에게 미안했다고. 그는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해야 할 일은 많으니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활동은 할 수 없었고, 새벽에 연구실에 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왔다”며 “대학 때 캠퍼스 커플로 지내다 미국에 온 와이프가 희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고난의 시기를 이겨낸 심 교수는 2005년 박사학위를 취득, 같은 해 메릴랜드대 조교수가 됐다. 2011년에는 종신교수가 됐다. 심 교수는 한인 차세대들에게 꿈은 크게, 목표는 최대한 높게 잡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멀리 있는 별을 보고 쏴야 가까운 별이라도 떨어뜨릴 수 있지 않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요즘 젊은 친구들은 예전에 비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도전정신이 부족한 게 아쉽다”며 “무언가 하려면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전하기 전에는 결과를 모른다. 일단 도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공부를 잘하려면 운동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체활동이 활발할 때 뇌도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논문도 많이 나와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그렇게 바빴던 석·박사 시절, 주 3회 이상은 뛰었고 테니스와 수영을 했다”며 “주 3회 이상, 한 번에 1시간 정도 운동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 1회 운동하는 것보다 주 2회 운동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주 2회 운동보다 주 3회 운동이 더 좋지만, 주 3회 운동과 주 4회 운동은 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스포츠의학자들은 한 번에 30분 운동을 권하지만, 저는 그래도 1시간 정도는 운동해야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운동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7-10-11

[기획] 미 과학계 선도하는 한인과학자들①

미세한 변화 발견해내 혁신 이끌어 약품 개발·기후변화 분석에도 적용 편집자주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침대에서 눈을 떠 잠들 때까지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과학기술을 활용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국가의 경제력도 좌우한다. 미국이 세계 1위 경제를 유지하는 건 압도적인 과학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기술력의 핵심에 한인과학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한인과학자들은 주류사회 진출 단계를 넘어 과학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을 이끌고 있는 한인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와 한인사회에 전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본다. 김동연 조지타운대 교수는 ‘순차 분석 통계(sequential analysis)’ 전문가다. ‘순차 분석 통계’는 생소한 용어지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순차 분석 통계와 함께 지낸다. 김 교수는 “이성과 데이트할 때 몇 번 만나다보면 ‘이 사람은 내 짝이네’ 또는 ‘이 사람은 아니야’라고 판단하는 시점이 온다”며 “뇌가 이성을 만날 때마다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순차 분석 통계를 진행한 것이고, 계산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판단이 선 것”이라고 말했다. 순차 분석 통계는 의미 있는 미세한 변화, 특이한 변화점을 가능한한 빨리 잡아내는 기술이다. 옷을 고를 때나 자동차를 살 때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순차 분석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상품 정보를 무한정 알아볼 필요없이 어느 시점에서 이 옷을, 이 차를 구입해야 겠다는 판단이 서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유용한 기술”이라며 “이해하기는 쉬운데 이론은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순차 분석 통계를 임상실험 모니터링에 적용하고 있다. 약을 새로 개발하면 많은 환자들에게 약을 복용하게 한 다음, 약 효과에 대한 통계를 낸다. 이 과정에서 순차 분석 통계를 활용하면, 결론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개발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임상실험에 참여한 환자 안전에도 도움을 준다. 임상실험 도중 부작용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미세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연구자들은 이런 작은 변화를 못 알아채고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김 교수는 ‘스톱’을 외친다. 순차 분석 통계를 통해 나온 결과를 제시하며 부작용 환자에 대한 임상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에게 설명한다. 김 교수는 “약을 먹고 좋아질줄 알았는데 아프다는 발견을 하는 상황이 있다”며 “더 안좋아지고 있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또 하나의 연구분야는 ‘변환점 분석(change point analysis)’ 이다. 김 교수는 이 기술로 기후변화 연구에도 참여했다. 아프리카의 온도 변화를 분석해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기후가 특이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발견했다”며 “1970년대 아프리카에 산업화가 없었는데도 온도와 강우량의 변화가 생긴 것은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중국 기후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온도가 확 변하는 시점을 발견해서 보고했다”며 “알고보니 그 시기에 산업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순차 분석 통계를 비롯한 통계학은 의학과 기후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등 여러 영역에 적용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유망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인 차세대들에게 통계학과 컴퓨터과학이 융합된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를 추천하고 싶다”며 “이 분야는 사람의 종합적 판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분야 일자리를 빼앗아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계학이란 오류를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학이 풀고 계산하는 학문이라면, 통계는 왔다 갔다하는 수치, 에러를 연구한다”며 “평균 기온이 넓게 보면 일정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왔다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인 차세대들에게 미래를 위해 5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의사소통 기술이다. 김 교수는 “남의 말을 잘 알아듣고, 자기 뜻을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다른 사람, 다른 팀과 협업이 중요한 시대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나쁘면, 일할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둘째, 교양을 넓혀야 한다. 김 교수는 “자기 전문 분야를 확실하게 하면서 다른 영역도 넓혀 나가야 살아남는다”며 “나도 수학 전공 뒤 통계학을 전공했고 우주, 질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셋째, 다양한 언어 구사다. 김 교수는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잘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며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아이들이 한국어를 못하면 10대 때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한국어를 왜 배워야 하냐’고 하지만, 푸시해주면 10대에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자부심을 갖게 된다”며 “한국어와 음식 등 한국문화를 지키도록 부모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능하면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일본어를 배우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언어 구사력은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다양한 문화와 정보에 접근하게 한다”며 “현대사회에서 더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흡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넷째,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다. 김 교수는 “컴퓨터와 소통하면서 컴퓨터에게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언어를 꼭 알아야 한다”며 “나는 포트란과 C언어, R언어를 익혔고 통계를 낼 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째, 다양한 직업이다. 김 교수는 “은퇴 뒤 다음 직업을 가지고 10~20년을 살아가는 시대”라며 “대학 때 배운 기술은 몇 년 가지 않기 때문에 한 우물만 파지 말고 우물을 여러 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호기심을 키우고, 틀에 박힌 사고를 깨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돈 없어서 못 배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인터넷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교수는 연세대 수학과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1992년 도미, 미시간대 앤아버에서 통계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 학교의 우드 루프 교수로부터 순차 분석 통계 이론을 지도 받았다. 이후 일리노이주립대, 미시간주립대, 버지니아공대에서 교수로 재임했고, 현재 조지타운대, 버지니아공대 캐릴리온 의과대학에서 겸임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심재훈 기자

2017-08-0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